Lawrence

𓆉

나는 주님께서 지으신 그대로입니다. 모두가 그렇듯이요. 떳떳하지 못할 것도 변명할 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내가 스스로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싸워온 것이라 매도하고 싶겠지만, 나의 정당성은 주님께 있습니다. 그분께서 지으신 것처럼, 그분께서 기름 부으셨습니다.

사임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니 진정들 하시고……. 이미 일전에 내가 한번 시도해 봤는데, 별다른 효과는 없더군요.

오늘 자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는 여전히 아무 이야기도 실리지 않았다. 뉴스 역시 잠잠하고, 개인적인 연락 몇 건을 제외하면 예상했던 것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다. 차갑게 식은 침대를 핑계 삼아 이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울질하느라 온밤을 꼬박 새웠다.

차라리 베네치아 총대주교의 귀에 들어간 게 다행입니다. 지난번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그리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으니. 근래 기고하는 글도 이전에 비하면 상당히 유해졌고……. 최소한의 예우는 갖추겠지요. 문제는 그의 수족들인데.

알도, 그러니까 이건…….

미안해요. 안 그래도 언제 알려드릴지, 단장님과 시기를 논의하고 있었는데······ 한발 늦었네요.

레이, 혹시 자네 말고 누가 성하의 의료 기록을 열람했는지 알아낼 수 있겠나?

전대를 향한 그의 헌신과 사랑, 깊은 유대는 막달라 출신의 여인을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었다. 반질반질하게 닳은 나무 체스 말을 굴리는 손아귀에서 드러나듯.

자네가 들어가자마자 문이 닫히기도 전에 한숨 소리가 들리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