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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_said_nothing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_ 윤동주 시인
‘우리가 사랑하는 시간은 해남 미황사 대웅전 주춧돌에 새겨진 바닷게가 집게발을 한번 살짝 들어 움직이는 시간/ 들었던 집게발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가 땅끝 바다를 향해 천천히 기어가는 시간’ 내가 사랑하는 시간은 시로 읽히는 저녁풍경을 자랑삼아 친애하는 사람을 떠올려보는 시간


연애편지 같은 칠월의 여름바다는 해질무렴의 분홍빛으로 내려 앉았다. 설레는 순간이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는 시처럼,.


17이란 숫자는 분해가 되지 않는 기이한 수이며 다른 수들과 교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17이란 숫자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름은 이런 하늘과 구름을 가졌다.


정말 좋아하는 ‘노브스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를 듣기 위해 비오는 숲길을 조금 걸었다. 연주 때마다 느끼지만 어쩜 이렇게 연주를 잘하는지 감탄스럽다. 10번 2악장에서 왜 나는 눈물이 핑돌았는지~ 훗,. 내일 연주도 기대된다.



시사IN 이번주 기사에 실린 <문형배의 생각>인터뷰를 읽었다. 부산대학교에 자리가 없어 오시지 못하시니 많이 아쉽고, 휼륭한 법관이었던 분의 생각을 읽는 기쁨이 크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자세는 겸손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거기엔 몹시도 심원한 행복이 있다’로 시작되는 리스펙토르의 첫문장은 땡볕에서 10분을 걸어 찾아간 어느 카폐에서 생각났다. 달달한 아이스크림 라떼를 먹으며 ‘나는 나자신을 깊어지게 했지만 스스로를 믿진 않는다’는 혼잣말도 했다.


기다렸던 부산시향 정기연주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4번/ 폴 루이스 브람스 교향곡 제 2번 밤바람이 시원하다. 달빛을 따라 걷는 나의 G의 뒷모습까지,. 충분히 행복한 목요일밤이다.




‘우리가 흘러가는 날짜를 잊어버렸을 때: 그것은 아직 시간들이었다. 그것은 시간이었다’ 결연한 의지가 필요없는 여름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느린 바다와 느린 바람인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